영혼의 울림

죄송합니다

suhbh7 2015. 6. 19. 21:30

죄송합니다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고훈 - 목사, 시인



목회자의 다른 이름은 '죄송'입니다.

두 아이 손잡고 학교 갔다 오다

우리 아이 무사하고

집사님 아이 교통사고로 생명 잃을 때

죄인보다 더 머리 숙여 집사님께 죄송합니다.

집사님 아이 무사하고

우리 아이 생명 잃을 때

죄인 되어 교회 앞에 더욱 죄송합니다.



우리 아이 대학 입시 합격하고

성도 아이 불합격일 때

내 자식만 위해 기도한 죄 같아

교회 앞에 죄송합니다.

성도 아이 합격하고

우리 아이 불합격하면

미련한 우리가 죄 되어

모두 앞에 고개 들지 못하고 죄송합니다.



불황 속에서

장로님들 기업이 쓰러져 부도나고

성도들 가정은 불화하고 자녀들은 가출할 때

사례비,판공비,도서비,생활보조비,

쌀, 전기수도비,연료비까지 다달이 받을 때

성도들의 피를 받는 것같아 차마 죄송합니다.



성도들 가정 평탄하고 건강한데

목회자 가정 식구들 병으로 쓰러지면

은혜 못 받은 것 같아 교회 앞에 죄송하고

성도들 가정 식구들 당뇨,암,혈압으로 쓰러질 때

목회자 가정 식구들 건강하면

우리만 축복 독차지하는 것같아 죄송합니다.



주님

삯꾼은 땀흘려 일한 값으로 삯을 받으나

우리는 땀한방울 흘리지 않으며

이 축복을 누리니 삯꾼도 못된 우리가

마땅히 주님 앞에 죄송합니다.



이 땅 어디에 선가

내일의 보장도 없이 날마다 위협을 받으며

공산권에서 회교권에서 비문명국에서

목숨걸고 복음 전하는 선교사들을 생각하며

목회자 잃고 기도원에서 골방에서

기도하는 동역자들

학비가 없어 차마 대학에 진학 못 시키고

직장으로 보내는 농어촌 개척 목회자들의

아픔 생각하고

오늘도 내일도 우리는 죄송합니다.